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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뉴욕여행기 4 - 뉴욕 2일차, 본격 맨하탄 둘러보기.
# 아침 맨하탄을 누비다.
시차 적응이 되지 않았는지 새벽 6시에 눈이 떠졌다. 맨하탄을 볼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고 천천히 나갈 준비를 시작했다. 창밖을 보니 고층 빌딩 사이로 브라운 계열의 낮은 빌딩들이 드문드문 눈에 들어왔다. 가십걸에서 봤던 빌딩 숲이다. 아침 해가 뜨기 전이라 고요함을 느꼈지만 이내 곧 역동적인 하루를 시작할 것이다.
아파트를 빠져나와 무작정 타임스퀘어 방향으로 걸어갔다. 10분 정도의 가까운 거리였기에 부담이 없었다. 걸어가면서 드문드문 좋지 않은 모습도 보인다. 바로 노숙인들이다. 배를 드러내고 바닥에 대자로 누워있다. 살짝 더운 감이 있는 날씨지만 저렇게 밖에서 자는 노숙인들을 마주하니 내심 걱정되고 마음이 좋지 않다. 뉴욕에 있으면 있을수록 불편했던 점은 이런 점이다. 번쩍번쩍한 광고 전광판과 현란한 네온사인 아래서 구걸하는 노숙자들을 보고 있으면 아이러니함을 느낀다. 뉴욕은 그야말로 자본주의 극단의 끝판왕을 보는 느낌이다. 맛없는 피자 한 조각과 콜라 한 잔이 만원이었고, 서민들의 아침식사라는 에그스크램블 토스트와 커피 역시 1.3만원 정도였다. 맥도날드는 기본 빅맥 세트가 9.9불이었으니 말 다했다. 애꿎은 환율 탓을 하려 했지만 아무리 봐도 너무한 듯싶었다. 버는 족족 밥값 교통비 등등으로 빠르게 소진될 물가다.
내가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라면 이 물가를 감당하면서 살긴 힘들 것 같다. 더구나 이 삭막한 도시에서 살아남기는 스트레스 그 자체일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여행객으로 잠시 왔지만 이곳에서 살고 싶단 생각은 1도 들지 않았다. 분주한 도로와 아침에 출근하기 바쁜 사람들 사이로 큰 트럭들이 귀 찢어질듯한 경적을 울리는 이곳 뉴욕의 아침은 편안함보단 긴장과 두려움을 갖게 했다.
그래도 여행이다. 나는 이곳 뉴욕 시민이 아니다. 잠시 빙의를 했고 가슴이 답답해졌지만 여행객이라는 사실에 안도를, 일주일 뒤엔 이곳을 떠나는 것이 내심 다행이란 생각을 하며 길을 거었다. 첫날은 맨하탄을 한번 빠르게 돌아보는 것을 목표로 삼았고 길에서 영업하는 빅버스 흑인 오빠에게 티켓을 구매하게 되었다. 차갑고 도도한 뉴욕 사람들이란 생각에 경계를 늦추지 않았지만 이 흑인 오빠덕분에 그래도 드문드문 정겹고 사람 좋은 사람은 있는 법인가 보다. 어디서 왔니? 중국인이니? 등등 관심 있게 물어봐 준다. 나는 필살 애교를 부리며 5불이라도 더 깎는 노력을 가미한다. 흑인 오빠(사실 오빠가 아닐 수 있다.)는 so cute so cute을 외치며 선심껏 또 할인을 해준다. 기분이 좋은 시작이다.
# BEST BAGEL & COFFEE
뉴욕에 왔으면 베이글은 한 번쯤 먹어봐야 한다지. Big bus 타기 전 아침을 먹으러 미리 검색해둔 베이글 전문점을 찾아갔다. 역시나 유명세 덕분인지 아침부터 긴 줄이 서있다. 메뉴를 보니 복잡하다. 기본으로 Bacon Egg Chz Toast Onion Bagel과 아이스커피를 시켰다. $9.20 가격이 계산서에 찍혀있다. 두툼하면서도 심플한 베이글과 커피를 받아들고 매장에 앉아서 분주한 뉴욕의 아침과 달리 여유를 부리는 게 좋았다. 반개로 쪼개져 있는 베이글을 살펴보니 탄 베이글과 에그스크램블 사이로 녹아든 치즈가 군침을 돌게 한다. 뉴욕의 베이글은 밀 점도가 높아서인지 배가 엄청 부르다. 다만 소화가 안된다는 것이 함정이다.
# 빅버스 타고 다운타운 누비다.
다운타운 행 빅버스 2층에 올라탔고 나눠준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드문드문 발음이 어색한 한국인 음성이 나온다. 마이크 들고 신나게 설명하는 가이드의 말을 들어보려 노력했지만 영어를 잘하는 것이 평생의 숙제인 나로선 마음이 아플 뿐이다. 뉴욕 빅버스 다운타운행 루트는 다음과 같다.
1 DOWNTOWN TOUR BEGINS-W 42nd St & Broadway
2 5TH AVENUE MIDTOWN
3 EMPIRE STATE BUILDING / KOREA TOWN
4 FLATIRON DISTRICT
5 UNION SQUARE
6 GREENWICH / NYU
7 NOHO
8 SOHO / LITTLE ITALY
9 CHINATOWN
10 BROOKLYN BRIDGE / CITY HALL
11 WALL STREET / CHARGING BULL
12 BATTERY PARK - STATE STREET
13 HORNBLOWER CRUISES
14 HIGH LINE
15 MADISON SQUARE GARDEN / PENN STATION
16 THEATER DISTRICT SHOPPING COURT
17 M&M's WORLD STOP
이 루트를 다 도는데 3시간 반 정도가 걸린다. 중간에 한 곳 정도 내리고 다시 돌아오면 반나절의 일정이 모두 끝나버린다. 내리고 싶은 곳은 많았지만 주로 12번 배터리 파크에서 내리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이곳에 내리게 되었다. 자유의 여신상을 보러가는 길이 가깝지만 빅버스에서 무료 크루즈 쿠폰을 나눠준 게 있기 때문에 이용하기로 결심했다. 13 HORNBLOWER CRUISES에서 내려서 크루즈를 타러 갔다. 크루즈를 타기 위해서 기본 30분의 긴 줄을 감내해야 하지만 어딜 가든 줄 서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기다려서 탄 만큼 바다에서 바라보는 맨하탄 빌딩 숲은 장관이었다. 낮 시간대에만 유효했기 때문에 밤에는 야간 크루즈를 따로 돈을 주고 타야 했다. 오후 5시까지 탈 수 있었는데 적어도 1시간 반 전엔 도착해서 대기를 타야 5시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다운타운행 버스를 타고 17번 M&M 월드스탑으로 돌아왔다. 시간대는 어느덧 오후 2시가 되어 있다. 점심은 먹으려 했지만 아침 베이글이 소화가 안되는지 체한 느낌이 들었다. 간단히 스타벅스에서 라떼 한 잔을 사서 먹고는 다음 행선지인 라이온킹 뮤지컬을 보러 행했다.
# 뉴욕 라이온킹 뮤지컬보러 MINSKOFF THEATRE 가다.
라이온킹! 누구나 그랬겠지만 어린 시절 월트디즈니 만화영화를 무척 좋아했다. 뉴욕 간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면 '엇. 그건 꼭 봐야 해.'라고 하는 게 라이온킹이었다. 적지 않은 티켓값이지만 그만큼 잊지 못할 경험을 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지인분들 중 한 분은 아니꼬운 말도 했다. '아 그거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잤대.'라는 말과 함께 킥킥대는 얼굴을 잊을 수 없다. 과연 내가 이 15만 원 거금의 뮤지컬을 끊어놓고 잠을 잘쏘냐 했다. 결론적으로 난 잤다. 하루 종일 돌아다니며 몸을 혹사시킨 탓도 있겠지만 화려한 분장이며 노래며 처음에 와하는 감정이 이내 식상해지면서 말이다. 중요한 점은 귀에 영어가 안 박히니 결국 눈이 감기는 거였다. 하하하. 하지만 뉴욕에서 한번 쯤 뮤지컬을 보러 갈 사람이라면 나는 적극 라이온킹을 추천한다. 진귀한 분장술이며 동물을 표현해 내는 도구들이며 공을 많이 들인 뮤지컬이기 때문이다. 3시쯤 시작한 공연은 5시가 돼서야 끝이 났다. 너무 피곤한 나머지 숙소로 돌아가서 쉬고 싶단 생각만 가득했다. 숙소가 가까운 것은 정말 다행이었다. 타임스퀘어가 교통의 중심지기 때문에 맨하탄에서 주로 돌아다니는 3일간의 일정에는 가까운 아파트 레지던스가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